이탈리아에서 보는 한국외교의 현실

  대한민국국경일(National Day)행사는 한국정부와 교민사회를 대표하여, 매년 개천절인 10월 3일을 전후하여 세계 각지의 공관이 있는 도시에서 열린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에서 대사관주최로 11월 30일 금요일 19시에 Westin Excelsior Hotel (via Vittorio Veneto 125, Roma)에서 개최될 예정이고, 밀라노에서는 총영사관 주최로 지난 10월 31일 개최되었다. 우리 모두 지고지순으로 염원하는 핵 없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주재국 교민 및 그 지역 인사들에게 널리 홍보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하며, 아울러, K-Pop, KDrama, K-Culture, K-Food, K-Cosmetics를 지역사회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련히 멀어져만 가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찾아보려는 일본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드 보복 등 갖가지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경우에는, 일왕생일축하연의날 및 중화인민공화국 국경일에 사케(Sake)와 백주(Baijiu)로 대표되는 자국상품를 크게 홍보하면서 성대히 행사를 치르면서 자국 홍보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대한민국 공관도 교민들의 의견도 들어 보면서 오랜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현지 지역사회에 강한 인상을 심는 행사 기획을 하여야 한다고 몇 년에 걸쳐서 요청하는 중이다.

 

10월 31일 기존의 행사장소를 바꾸어 밀라노 시내의 istituto dei ciechi라는 곳에서 개최된 밀라노 총영사관 주최 국경일행사 이후에, 많은 참석 교민들이 참석 후기를 보내왔다. 이에, 다음 행사는 올해보다 더 성대하고 국격에 어울리는 행사로 잘 치루기를 바라면서, 고언의 글을 쓰고자 한다.

 

한마디로, 낙제( Bocciato )!

 

이탈리아 대통령 및 총리, 그리고 교황을 만나기 위해 우리 대통령은 유럽순방 기간 중에 이탈리아와 바티칸을 방문하였다. 이번 순방외교는 미국이 정해 놓은 CVID 혹은 FFVD원칙과 남북 간의 화해라는 아직은 불가능하다시피 보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외교활동이었다. 혹자는 실패라고 하고, 혹자는 큰 성과라고 하는 이 어렵고 힘든 일을, 국경일행사에 외교사절, 현지인 그리고 교민들에게 당연히 자세하게 홍보하여야 한다. 그런데, 양국간의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라는 취지의 몇분에 걸친 간략히 설명으로 끝내어 버리는 중대한 우를 범했다. 당사자로서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스탠스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을 그날의 하이라이트로 모두 기대하였는데, 이러한 설명을 쏙 빼어버리는 것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대통령은 정말 전력을 다해서 전 세계에 이해를 구하러 다니는데, 외교 최전선에 있는 현지의 전문외교관은 단지 몇 분에 걸쳐, 떨리는 목소리로 이탈리아어로 더듬더듬 읽으면서 끝내어 버렸다. 준비한 원고를 읽는데 왜 이리 떨면서 읽는지 듣는 사람이 불안해서 집중할 수가 없는 이 장면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남북 정상, 한미 정상, 북미 정상이 만나는 장면, 통일 후의 한반도의 미래청사진 등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인데, 홍보영상 하나 준비하지 않고 행사를 끝내어 버리는 것은, 역량 부족이 아니라 대통령 외교홍보를 할 이유를 전혀 가지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졌다. 총력 홍보를 해도, 긍정 반응이 올까 말까 한 냉혹한 현실에서, 대통령의 외교 노력에 손발을 맞추기를 거부하는 듯한 이런 어처구니없 는 행사를 하는 공관이 있는 한국 외교의 현실은 비참하다. 평화통일을 위한 국정철학 홍보조차도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것을 보고, 교민들 사이에 문재인 정부가 벌써 레임덕인가? 라는 수군거림이 들리는 이장면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이탈리아 산업의 중심지인 담당 지역인 북부 이탈리아의 각 주 및 주요 도시의 기업, 지방의회, 밀라노주재 세계 각국의 총영사관, 그리고 여러 언론사를 최대한 초청을 해야 하고, 가능하면 많은 우리 동포를 정식으로 초청해야 하나, 작년까지 모든 대상자에게 일일이 보내던 초대장을 올해에는 생략하고, 단체 이메일로 몇 번 한 것으로 맡은 직분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이 장면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과 어떻게 하든 한번 거래를 해보려는 이탈리아 현지기업인들이 무수한데, 교민기업 및 현지법인으로 나와있는 기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 한곳의 부스만입구에 설치한 소극적 홍보를 하였다. 단체메일로 홍보부스를 내도록 몇 번이나 보냈는데 호응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할 만큼 일을 다했다 라는 답을 이해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앞서 프랑스의 대통령방문시에 수소차량 행사를 통해 프랑스기업인 air liquide의 한국내 투자를 이끌어 내고 프랑스현지에 현대자동차와 합작을 통해 수소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뉴스가 이탈리아신문에도 떠들썩하게 나서, 한국기업과의 협력 부분에 대한 관심도 매우 증폭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를 들자면 관련기업 현대차 수소생태계소개를 통해 관련 현지 기업인들을 초청하여 기업홍보 및 정부홍보를 하든지, 이번 대통령 방문시에 준공식을 한 파리의 한국유학생기숙사를 밀라노에도 지어, 천명이 넘어가는 숫자의 유학생들의 주거문제해결을 위한 민간자본유치에 대하여 소개를 해 본다 등등의 경제외교는, 총영사관수준의 공관에서는 전혀 기대가 힘든 이 사실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한국언론에도 자주 언급되는 비핵국가인 이탈리아의 신재생에너지Energy mix가 어떻게 되고, 어떤 고민이 있고, 또 이 부분에 있어서, 한국과의 협력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이번에 협정 및 MOU가 대통령방문시에 맺어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소개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양국간의 협정이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했다는 보도 그 자체를 위한 선언적협정 및 MOU체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게끔 행사가 진행되는 이 장면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대통령순방시에 이루어진 약속을 꾸준히 개미처럼 후속업무를 해 나가야 마땅한 현지공관이기를 기대하는 교민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이 현실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국제신용기관으로부터 BBB등의 신용도를 받으면서 투자부적격국가로 되어 버린 이탈리아도 한국으로부터 기대하는 부분이 엄청난 현실인데, 한국에 바라는 협력내지 투자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하여 미리 조사도 해서, 국경일 행사에 단 한가지로도 좋으니 케이스를 소개하여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는 일도 하여야 하지 않을까? 외빈참석의 경우, 제한된 수의 공무원 및 외교 사절 참여로 국한되었고, 참석외교사절 소개도 빠지는 썰렁한 분위기도 연출되었고, 주재국관리 축사도, 롬바르디아 주지사가 직접 참석 축사하는 것도 이전에 보아온 입장에서, 밀라노시청의 문화담당 Del Corno 국장이 나와서 축사를 하는 이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총영사관 홈페이지에는 밀라노의 밤을 수놓은 다채로운 한국문화라는 제목과 함께 부시장 축사로 올라와 있는 것에는 실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는 이 장면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교민초청의 경우, 이메일로 자녀동반불가라는 안내를 수차례에 걸쳐 하여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포기하였는데, 당일 국경일 행사장에 버젓이 자녀를 동반한 외교관이 나타나서 교민들이 혀를 차는 이 장면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많은 성악전공학생들이 선생님들 및 에이전트등 음악종사자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 무척 애를 쓰는데, 이런 문화계 인사초청도 제대로 파악하여 더 늘려야 하는 생각은 해 보기라도 했을까? 한국민간방송 한곳에 출연한 미쉐린 쉐프인 Ferrari는 Lecco에서 원스타 미쉐린 리스토란떼를 운영하는데 그에게는 무려 30분 넘게 시간을 할애하여 식당 홍보의 기회를 주면서, 정작 한인들이 운영하는 20곳이 넘는 밀라노 한식당에 대한 홍보의 시간은 주지 않았다. 한식당 코너를 만들어 참가 한식당들에 음식비용을 지원해 주면서 오는 사람들에게 시식하게 하면서 식당 광고 전단지도 나누어 주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도 하는 이전의 행사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것은 정말로 비교가 된다. 이날 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문재인 외교 노력도 아니요 한국기업소개도 아니요, Ferrari 미쉐린 별 하나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외교관 본인이 한국 TV 요리 프로그램의 팬이라고 해도, 대통령외교 소개영상은 전혀 없이 페라리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황금시간을 할애해서 본인취향 저격을 국가예산으로 해버리는 이 장면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한국 음식준비의 경우, 김밥, 잡채 불고기 3가지 메뉴만 차려 놓고, 이탈리아업체 음식 및 이탈리아 퓨전 음식 서빙을 하여서, 문의를 해보니, 한식당들에 경쟁방식으로 나누어 준비하도록 하려 했으나, 단가 문제등의 이유로, 김밥만 주문을 하고, 잡채와 불고기는 공관요리사로 하여금 만들게 하고, 나머지는 부득불 이탈리아 업체를 이용했다는 답이었다. 1년에 단 한 번 하는 국경일 행사에 저가 한국음식만을 만들라는 말인가? 예산을 쓰는 행사 때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전시도 하게 하는 등의 도움을 주어 이탈리아에서의 한식진 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생각을 못 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공무원도 취향에 따라 당연히 한식당을 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식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에서 공적인 식사는 최대한(혹은 무조건) 한식당을 이용해 주는 것이 한식의 세계화의 매우 큰 자양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이 장면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한식당 애용을 하는 바로 그 입으로, 한식의 세계화, 한식의 고급화를 외쳐야 한다. 경쟁국인 일본은 사케, 중국은 백주를 문화상품으로 키우기 위해서 막대한 홍보 및 지원을 해준다는데, 한국 주류가 행사장에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장면이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막걸리 수요가 줄어 관련 업계가 시름에 빠져 있다는 소식, 쌀 소비 촉진을 어떻게 할 가를놓고,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서로 논쟁하고 있다는 소식, 수입 맥주에 밀려 한국맥주 국내 매출이 줄어든다는 등의 소식이 들려오는 이 현실에, 국경일 행사에 한국주류가 전혀 등장을 안 하고 이탈리아산 스파클링와인만이 등장하는 사실을 모국의 농민 혹은 주류업계종사자가 알면, 이런 소믈리에 코스프레를 하는 외교관들에게 뭐라고 할까? 와인에 취해있고, 막걸리는 볼 수도 없는 공관 행사의 이 장면이 한국 외교의 현실이다.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소개된 Timi Kim(김말희)의 한지 가구 및 공예품 전시의 경우에 도, 참석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은 기본 예의인데, 무대 앞까지 나와 대기하는 작가 소개를 빠트리는 정도는 문제로도 삼지 못할 정도의 에피소드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밝힌 Timi Kim의 작품,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청년 예술가들의 국악공연단 울림(Oulime)의 거문고, 대금 및 해금 연주는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주었다. 무대가 낮아서 연주하는 모습이 잘안 보였는데, 카메라로 영상처리를 해서 모든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은 사치로 느껴졌다.

 

Middle Power Diplomacy숙지를 통해서 Super power가 아닌 한국이라는 국가의 외교관의 역할은 어떠한 것인가를 매일 고민하면서, 무엇보다 현지교민의 안전 및 권익보호를위해 불철주야 근심하는 외교관의 모습을 교민들은 기대한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하루도 잊지 말기를 다시 한번 바라면서 분발을 촉구한다. 교민들이 바라는 한국 외교의 구호는 무엇일까?

 

“사람이 먼저다.” “한국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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