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바댁의 세상 사는 이야기

March 13, 2016

 옛날에 건방진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너무 건방진 나머지 무서울 게 없었던 토끼는 산속에선 이미 유명한,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다. 산속에서 회의가 열려 이 건방진 토끼를 대적할 동물을 선정하여 콧대를 납작하게 해야 한다는 안건이 체결되었고, 다수결에 따라 가장 힘이 세고 늠름한 동물의 왕 사자가 토끼를 대적하게 되었다. 멋진 긴 털을 휘날리며 용맹스럽게 달려 건방진 토끼와 마주하게 된 사자.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 인지 거대한 사자의 모습에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가도 부족할 판국에 토끼는 건방지게 한쪽 다리를 떨며 동물의 왕 사자를 노려보고 서 있는게 아닌가.
자존심이 상한 사자가 커다란 머리를 작디 작은 토끼에게 들이밀며 공포심을 유도해 보았지만, 토끼의 한마디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건방진 토끼의 그 한마디는 무엇이 었을까? 그 한마디는 바로 "야~머리나 묶어~~" 였던 것이다.

 만약, 오늘 아침에 그 건방진 토끼가 우리 집에 있었더라면  나에게 그랬을 것 같다. "야~ 머리나 묶어~~" 라고 말이다. 
글의 시작처럼 어수선하고 치열한 2월을 보냈다.  한 달 내내 레시피 작업과 새로운 쿠킹 클라스를 위해 지난 주말엔 해물파전을 20장 먹었으며, 파비오는 밤 11시에 제육볶음을 먹고 신중한 평가를 해야 했으며, 여러 가지 요리를 하고 먹고 버리고의 과정을 반복하고 헝클어진 사자 머리에 핏발선 눈으로 거의 주방에서만 생활 한 듯 앞치마는 이리저리 걸쳐져 있고 온갖 그릇들은 오랜만에 바깥나들이를 했고, 파비오는 같은 메뉴를 며칠간 먹어야 하는 외조를 펼쳐야만 했다.

지난번 서울 여행에서 파마를 하고 온 덕분에 머리를 감고 자면 아침엔 여지없이 곧바로 사자 머리로 변신하는 웃긴 제노바댁이지만, 좌충우돌 정확하고 쉽게 조리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그저 만족할 때 까지 해보고 또 해보는 과정을 거쳐 8개의  레시피를 완성하였다. 

'조금' 이라든지 '적당량' 이런 애매모호한 표현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 하였고, 요리의 초보자가 생소한 음식재료를 접할 때의 당혹감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기재하였다.

 

레시피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많은 연습 과정을 거쳐야만 내 옷을 입은 것처럼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내가 흡족 할 때까지 연습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남의 옷을 입고 서 있는 불안함으로 수업의 진행을 하게 되는 난감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이쯤 되었을 때 웃긴 에피소드 하나를 살짝 푸는 쎈스를 발휘해야겠다. 이탈리아인들이 접하게 되는 한식, 중식, 일식의 요리명이 굉장히 생소하고 발음이 어려워서 따라 하라고 하면 금방 웃음보가 터져서 모두가 웃곤 한다. 

한번은 일식 수업에 '까츠동'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또 일주일 내내 까츠동만 먹으면서 선생님께 레시피를 보냈는데, 바로 전화가 와서는 '아니 이게 무슨 요리야 무슨 욕같애' 이러는게 아닌가 푸하하하 그래서 내가 '아 그게 까쪼동이 아니라 까츠동이야' 이렇게 말하고 둘이서 전화기 너머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새벽 4시까지 졸리운 눈을 비비며 먼저 정리한 한국어 레시피 작업을 아침에 번역 작업을 하려고 보니 '양념을 죄다 양년' 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빵 터진 날도 있었다. 

 요리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과 단결을 선물한다. 이렇게 바쁘게 지낸 2월달에는 사실 내가 많이 기대하고 준비한 클래스가 있어서 더욱 열심히 매달린 것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 절차를 밟고 있는 누나를 위해 남동생이 준비한 가족이 함께 배워 보는 '한식'. 

한 가족만의 특별한 쿠킹 클래스가 그것이었다.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이 부부에게 아이가 올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기다리며 한국의 맛과 정서를 배워 보려는 부부를 또 함께 지원하고 나누는 가족을 보면서, 나는 기대했던것 보다 더 많이 그리고 준비했던것 이상의 따뜻함과 기쁨을 나누는 감사한 시간을 경험 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 멋진 사람들... 어떤 아이가 오든지 그 아이는 분명 행복하게 성장할 것이다.

 

이 날 함께 만든 한식 사진을 올리며, 해물파전 20장을 먹고 2킬로그램을 살찌운 제노바댁은 글을 마치고 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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